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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경전 십장생 굴뚝 - 꽃담장으로서도 가장 아름다운 조선시대 궁궐 굴뚝

by 넥스루비 2007. 8. 7.
자경전 뒤뜰에 샛담의 일부분을 굴뚝으로 만들고 뒷마당을 향하는 외벽 중앙부로 장방형으로 구획하여 여러개의 벽돌로 십장생무늬를 짜맞춘 뒤 회를 발라 화면을 구성하였다. 이 굴뚝은 담장보다 한단 앞으로 돌출시켜 장대석 기단 위에 벽돌로 쌓았는데 벽면 크기가 너비 381㎝, 높이 236㎝, 두께 65㎝이다.

제일 아랫부분에는 좌우에 각각 벽사상(벽邪像)을 전(塼)으로 만들어 배치하였고, 그 위로(중앙부) 가로 303㎝, 세로 88㎝의 장방형 공간을 구획하였다.
불로 장생을 상징하는 해, 산, 구름, 바위, 소나무, 대나무, 거북, 사슴, 학, 연꽃, 불로초 등을 제각기 다른 조형전(造形塼)으로 만들어 회벽에 화면을 구성하였으며, 그 위로 중앙에 용문전(龍文塼)을, 좌우에는 학문전(鶴文塼)을 끼웠는데 이 학들은 영지(靈芝)를 입에 물고 있다.
윗부분에는 소로, 창방, 첨차 형태로 만든 벽돌을 쌓고 그 위에 기와 지붕을 이었으며 정상부에는 점토로 만든 연가(煙家)를 두어 연기가 빠지도록 하였다.

이른바 십장생 굴뚝이다.
십장생이란 위에서 말한 10가지의 장생물(長生物)을 말한다. 십장생의 해와 구름은 천계(天界)에 속하고 산과 물과 돌은 지계(地界)에 속한다. 그 사이에 학, 거북이, 사슴등의 동물과 소나무, 대나무, 불로초 등의 식물이 존재한다.
이들은 모두 천지간에 존재하는 천연의 것이고 자연의 현상이다.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자연이 불로장생의 상징물로 인간의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은 운명적으로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번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마련이기에 사람들은 그런 숙명 속에서 벗어나 젊게 오래 살려는 욕망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욕망이 한 문화권에서 일찍부터 불로 장생을 염원하는 신선사상으로 발전을 보았는데 십장생도 그런 사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문양은 자경전이 여성들의 생활공간임을 깨닫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연꽃과 포도들은 많은 씨앗(種子, 아들)을 가지고 있어 득남의 기대와도 부합된다. 특히 연꽃은 그 발음과 관련하여 '연생귀자(連生貴子)'의 상징물로 자주 애용되었던 소재이다.

한편 담장에는 만(卍)자 문양, 거북 문양, 석쇠 문양, 체 문양 등이 빽빽하게 베풀어져 있다. 만자는 '길상이 한데 모인 것'을 뜻한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의 흉부에 卍을 새겨 만덕(萬德)을 나타내는 길상의 표시로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측천무후때 중국문자로 채택되어 만(萬)자로 읽게 되었다. 이 글자는 사방끝을 연장하여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태로 만든 문양으로 장구하고 영원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거북문양은 거북이가 오래사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장수를 상징하며 석쇠 문양이나 체 문양은 그 모양이 망처럼 되어 있어 악귀가 걸려 통과하지 못하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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