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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마을의 돌장승 - 바닷길의 안전과 마을의 액막이

by 넥스루비 2007. 8. 7.
전남 보성군 득량면 해평리

득량면 소재지(오봉)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해평리 조양마을이 나온다.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마을 서쪽이 모두 논으로 변해 있지만 원래는 이 앞까지 득량만의 바닷물이 이어져 있었다. 옛날에는 마을 이름이 해창(海倉)이었다고 한다.
장승은 마을입구 양쪽에 벌려 서 있다.
들어가면서 보면 오른쪽이 여장승이고 왼쪽이 남장승이다. 원래는 마을 뒤 오봉산의 절골 개흥사(開興寺) 입구에 있던 사찰장승인데, 이 마을이 해창으로 불리던 시절에 바닷길의 안전과 마을의 액막이를 위해 이곳으로 옮겨와 마을장승이 되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벅수라고 한다.

여장승은 돌담에 둘려 있는데 높이 2.2m에 얼굴의 길이가 75㎝, 몸통의 폭은 45㎝에 두께가 35㎝가량 된다.
얼굴의 폭이 몸보다 약간 더 넓고 몸에는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모서리만 조금 죽였을 뿐 네모난 얼굴에 귀가 새겨져 있고 이마에는 굵은 주름이 깊게 새겨있고, 동그란 눈, 물방울 코를 하고 있다. 양 입언저리가 처진 작은 입안에 역시 자그맣게 이빨이 새겨졌고 턱에는 수염인지 주름인지 고사리 모양의 주름이 파여 있다. 얼굴은 평평한 편이고 표정이 내성적이다.

남장승에는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는 명문이 있는데 전체적인 규모가 여장승과 같지만 아래쪽이 땅속에 많이 묻혀 있고 현재 높이는 1.8m이다.
여장승과 마찬가지로 얼굴표정이 얌전하지만 머리를 한쪽으로 갸웃하고 있는 듯한 자세를 보인다. 두 눈은 기본적으로 둥글지만 눈꼬리가 약간 치켜 있고 눈 사이에 작은 돌기가 있으며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파여 있다.
코는 콧방울 없는 주먹코이다. 입의 모양이 독특한데, '으' 소리를 내는 것처럼 입언저리를 조금 벌리고 가운데가 붙어 있어 셈통스럽게 보이나 전체적인 표현은 차라리 어리숙하다고 해야 옳다. 끝이 오른쪽으로 꼬부라진 수염이 턱에서 가슴으로 늘어져 있다.

장승에서 마을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는 아주 큰 당산나무가 있다. 아래쪽에 축대를 만들어 동네 사람들이 와서 쉬도록 되어 있는데, 이 나무는 할아버지 당산이고 마을 안으로 쭉 들어가면 할머니 당산도 있어 정월 보름에는 이들 당산나무에 당굿을 지내며 하위신인 장승(벅수)에게는 음식공양만 올린다.
조양마을에서는 윗마을을 정자골, 아랫마을을 벅수골이라 불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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