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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곡석조여래좌상 - 부드러운 불상과 화려한 광배가 어울려 이루어진 맑은 정토의 세계

by 넥스루비 2007. 8. 7.
경북 경주시 배반동 산 66-1

법당 남쪽 언덕 위에 육중하고 웅장한 바위들을 배경으로 유명한 석조여래좌상이 높은 연화대 위에 동으로 앉아 계신다.
고목의 뿌리처럼 억세게 대지 위에 놓여 있는 팔각복련(八角伏蓮) 대좌 위에 팔각 기둥이 솟아 있고 그 기둥 위에 둥글고 부드러운 앙련(仰蓮) 대좌가 얹혀 있으니 이 둥근 대좌는 하늘 위의 부처님 세계인 것이다.
하얀 화강석으로 조성된 이 여래상은 거대한 둥근 연꽃 위에 결가부좌로 앉으셔서 항마촉지인으로 수인을 표시한 채 긴 눈을 가늘게 뜨고 하계(下界)를 굽어 살피신다. 포물선으로 약간 치켜올라간 긴 두 눈썹 사이엔 큰 광명을 비추시는 백호의 흔적이 패어져 있다.

삼각을 이룬 사내다운 코, 그 밑에 조용히 다문 입술의 양가에 자비가 어려 있다. 한없는 자비는 부드럽고 풍만한 두 뺨에 어리어 우러러 보는 사람의 두 손을 저절로 모여지게 할 만큼 감동을 주는 거룩한 상이다. 나발(螺髮)로 표현된 육계(肉계)는 높게 솟아 위엄스럽고 두 귀는 길게 어깨까지 드리워졌는데, 목에는 세 줄로 주름이 새겨져서 부드럽게 몸체와 연결되어 있다. 신광(身光)과 두광(頭光)으로 된 광배는 화려하고 찬란하다.
불상은 사람의 형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 모습에는 종교적인 이상이 가미되어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 서른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32길상(吉相)이라 하는데, 그 중 15번째가 장광상(丈光相)이라 하여 부처님의 몸에서는 찬란한 빛이 사방으로 퍼진다고 하였다.

불상 뒤에 세우는 넓은 광배는 바로 이 32길상 중 장광상을 나타낸 것이다. 보리사 여래좌상의 광배는 여섯 송이의 연꽃으로 장식된 두 줄기의 주연선(周緣線)을 불상 몸체의 두에 타원형으로 돌려 신광을 나타내었고, 또 다섯 송이의 연꽃으로 장식된 두 줄기의 주연선을 머리 뒤에 원형으로 돌려 두광을 나타내었다.
신광과 두광에는 구불구불 뻗어오른 줄기와 잎사귀 사이의 간간이 핀 일곱 송이의 연꽃 위에 작은 여래불들이 새겨져 있다. 그 부처들을 화불(化佛)이라고 한다.

주연선 마디마디에 연꽃을 장식한 것은 부처님의 빛이 비치는 그 곳은 연꽃처럼 깨끗한 정토가 된다는 뜻이고, 간간이 작은 화불들을 배치한 것은 부처님의 빛이 비치는 그 곳에 부처님이 계시다는 뜻이라 한다. 주연선 가로는 타오르는 불길이 새겨져 있는데, 불길은 부처님의 빛과 위력을 나타낸 것이다.
이 석불좌상의 광배는 화려함과 정교함에 있어 우리나라 석불 광배 중 손꼽히는 것인데 아깝게도 윗부분이 깨뜨려져 없어졌다. 후세에 다른 돌을 다듬어 보수하였으나 옛 모습은 되살리지 못하고 흉한 상처로 남아 있다.

가사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편단우견(偏袒右肩)으로 입으셨는데 반대편 옷자락이 어깨뒤로 넘어와서 오른쪽 어깨를 덮고 있다. 가슴에는 왼쪽 어깨에서 비스듬히 승기지(僧祇支)가 엿보인다. 잘게 잡은 옷주름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부처님 몸체를 감돌며 잔잔히 물결친다. 이렇게 거룩한 상이 머리에 비해 몸체가 조금 약하게 보이는 것은 못내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잘고 섬세하게 표현된 가는 옷주름들은 그 약점을 더하여 주는 것 같다.

부처님이 앉으신 앙련대는 세 겹으로 핀 큰 연꽃송이로 되어 있는데, 꽃잎이 백제식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므로 화려한 광배와 부드러운 이 불상에 잘 어울린다. 지나치게 화려한 것은 약하기 마련이다. 이 불상에서는 화려한 꿈 속에 넘치는 무한한 자비는 느낄 수 있어도 강한 힘이나 박력 같은 것은 느낄 수 없다. 그러나 큰 시야로 볼 때 이 불상은 약하거나 불안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팔각 중대석(中台石) 밑에 놓인 복련(伏連) 하대석의 힘이다.

하대석은 밑으로 처진 열 여섯 잎 연꽃송이인데 그 윤곽선은 억센 팔각이다. 꽃잎마다 두 줄씩 돋을 새김하여 부풀어오르게끔 변화를 주었으므로 연꽃송이는 보는 동안에 국화로 착각을 일으킨다. 국화 꽃잎처럼 방사선으로 힘차게 새겨진 돋을 새김으로 인해 부드러운 불상 대좌로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굳세고 힘차게 보인다. 3단 괴임 위에 여덟 개의 기둥으로 앙련 상대석을 떠받고 있는 팔각중대석은 생기와 힘을 보태어 불상 대좌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꽃이 만발한 벚꽃나무가 뿌리와 그루의 힘으로 대지에 지탱되고 있듯이 부드러운 불상과 화려한 광배가 어울려 이루어진 맑은 정토의 세계가 억센 복련 하대석과 힘찬 팔각중대석의 힘에 의하여 무한한 안정감을 보여준 그 착상과 솜씨는 신라예술의 위대한 장점이라 하겠다. 이 불상의 연대는 석굴암 시대가 지난 후인 8세기 후반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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